조그만 더 .....
몇 달만 더 벌자....
몇 달만 더 벌면 금방 50억이 될 것이고 또 몇 달 후면 100억을 넘길 수 있을 것이다.
주가 고점금방에서 본능적으로 위기를 어느 정도 감지했으나.
조금만 더하면 금방 계좌가 더 불어나서 50억 100억을 찍을 것이고
난 계좌가 날마다 불어나는 기쁨과 몇 달만 시장이 상승추세를 유지해주면 금방 100억을 넘길 수 있을 거 같다는 탐욕이 시장이 상승추세에서 방향을 바꿀 수 있다는 이성적인 사고를 이미 마비시켜 버렸다.
2007년 2천 포인트를 넘었던 주가지수는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었고.
28억가까이 찍었던 내 계좌도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었다.
“주가가 이만큼 빠졌으니 다시 반등할 수 있을 거야”하는 나에 믿음은 나만의 생각일 뿐이었다.
서브프라임모기지. 리만브라더스, 프래디맥, 페니메이 난 이런 단어들을 2008년 생전 처음 들어봤고
2008년 미국에서 벌어진 난생 처음 들어보는 회사와 사건이 나를 절벽 끝으로 밀어붙였다.
2007년 28억 가까이 찍었던 내 계좌는 2008년 추석 전 6억까지 줄어들어있었다.
그래 다시 할 수 있을 거야…….
시장은 고점에서 많이 하락한 상태였고...
몇 달만 다시 반등해주면 30억까지는 아니더라도.
금방 더블이상은 만들 수 있을 거야...
아직 6억 정도 남아있으니 시장이 반등해주고 한 1-2년만 더 열심히 하면 다시 계좌는 고점을 넘길 수 있을 거야....
난 2008년 추석 전까지 다시 정상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2008년 9월 15일 리만브라더스 파산발표
한국산업은행이 인수를 포기하자 리만브라더스는 곧바로 파산을 발표했고.
명절연휴라서 한국시장은 열리지 않았으나..
그날 밤 미국시장은 대폭락했고...
다음날 한국시장은 열리자마자 거의 전종목이 하한가로 시작했다.....
(당시 난 남은 6억을 가지고 주식계좌는 풀 레버리지를 쓰고 있었고 선물계좌는
변동성이 커지면 손실이 나는 양매도 포지션을 가지고 있었다.)
아직 6억이 남아있으니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나에 생각은
장이 시작하자마자...
최악의 경우(손실과다로 인한 미수채권발생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공포감.
난 그날 아침 어떠한 희망도 존재하지 않는 극도의 공포감과 패닉상태를 겪었다
급하게 계좌를 정리하고 나니....
3천만원이 남았다....
2007년 36살에 무일푼으로 시작해서 28억을 찍었던 내계좌는...
3천만원이 남았다....
몇일동안 참 많이도 울었다....
성공에 대한 욕심이 없었더라면.. 처음부터 주식을 몰랐더라면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려고 맘먹었더라면....
지금 이렇게 고통스럽지는 않았을 텐데...
?
?.
2015년
?
?2008년 서브프라임때 잃었던 돈 보다 훨씬 많은 돈을 하루에 벌 때도 많고..
2007년 10여년 만에 주식과 월급으로 모은 28억 정도의 돈을 보고 한없이 내 자신이 뿌듯해하고 기뻤는데…….
그때 10년이 걸려서 번 돈을 한 달 만에 벌 때도 있다...
그때 그 돈을 잃고 좌절과 슬픔의 극한에 있었으니...
지금 그보다 많은 돈을 버니 지금은 기쁨과 환희의 극한에 있는 게 맞을 거 같으나.
슬프게도 별다른 감정의 기복이 없다…….
인생과 돈이라는 게 참 묘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