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억 투자받은
알고랜드의 '대담한 도전'
프라이빗 블록체인도 아닌 퍼블릭 블록체인에서 인센티브 없는 합의 알고리즘이 탈중앙성을 유지하면서 제대로 돌아갈 수 있을까? 퍼블릭 블록체인 합의 메커니즘이 지속 가능하려면 인센티브는 필수라는 의견이 대세지만 알고랜드 프로젝트는 보상 없이도 탈중앙화된 퍼블릭 블록체인 플랫폼을 돌릴 수 있다는 입장이다.
암호화폐의 원투펀치로 대표되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이 돌아가는 방식과는 대조적이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모두 채굴자들에게 블록 생성에 따른 인센티브를 암호화폐로 주는 합의 메커니즘에 기반한다.
인센티브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떠받치는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로 꼽힌다. 아직까지는 인센티브 기반 플랫폼이 블록체인 생태계의 대세다. 그럼에도 알고랜드는 인센티브 없는 합의 메커니즘이 가능한 것은 물론 인센티브 자체가 좋지 않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인센티브가 블록체인의 필요충분 조건이 아니라 마지막에 쓰는 최후의 수단이어야 한다는 것.
그냥 하는 소리로 흘려들을 수는 없을 것 같다. 알고랜드는 영지식 증명의 권위자이자 컴퓨터과학 분야의 노벨상으로 통하는 튜링상 수상자인 실비오 미칼리 MIT 교수가 주도하는 프로젝트로 확장성과 프라이버시 이슈라는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블록체인 플랫폼을 비전으로 내걸고 있다.
최근 유력 벤처캐피털들로부터 6200만달러라는 거액의 투자도 유치했다. 이번 투자를 발판으로 알고랜드는 프로토콜 공개에 필요한 엔지니어링팀을 확대할 예정이다. 알고랜드는 7월 테스트 프로토콜을 공개했고 10월에는 깃허브에 오픈소스 코드도 올렸다.
암호화폐 가격이 바닥을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벤처캐피털들이 알고랜드에 거액을 베팅했다는 것은 나름의 가능성을 인정했음을 의미한다.
국내 대표적인 크립토펀드 중 하나인 해시드의 김균태 CTO도 알고랜드는 블록체인이 직면한 각종 문제들을 해결할 잠재력이 있는 프로젝트로 주목했다.
"한국 블록체인 프로젝트 아직 부족, 개발자 확대 필요"
김균태 CTO에 따르면 해시드의 투자 방향을 크게 두가지다. 하나는 블록체인 기술 자체가 직면한 각종 문제들을 해결하려는 프로젝트고, 다른 하나는 이미 자리를 잡은 서비스들 중에서 블록체인과 적용했을 경우 시너지가 날만한 곳들은 돕는 것이다.
이더리움재단 창립 멤버로 지금은 카르다노 개발에 주력하고 있는 찰스 호스킨스도 알고랜드의 방식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알고랜드는 암호화폐 보유량에 비례해 블록 생성 참여 기회가 주어지는 지분증명(proof-of-stake: PoS) 방식의 합의 메니커즘에 기반한다.
암호학적인 추첨 기술에 근거해 합의를 위한 투표위원회를 꾸린다.
복권처럼 무작위 추첨 방식으로 알고랜드 암호화폐를 보유한 사용자들에게 합의에 참여할 기회를 준다고 보면 된다. 사용자들은 투표에 참여하기 위해 암호화폐를 스테이킹(Staking: 맡겨두는 것을 의미)할 필요가 없다.
실비오 미칼리 교수는 이 과정에서 반드시 보상이 필요한 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가 인센티브 없는 합의 메니커니즘을 화두로 던진 것은 알고랜드는 합의 메커니즘을 돌리는데 많은 컴퓨팅 자원이 필요치 않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인센티브 없이도 돌아가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이란 설명이다.
코인데스크 등 외신들에 따르면 큰틀에서 미칼리 교수는 블록체인에서 인센티브가 갖는 의미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인센티브 관점에선 블록체인의 원조격인 비트코인에도 부정적이다. 그는 "사토시 나카모토는 비트코인의 인센티브 구조가 산업적인 규모의 마이닝 풀로 이어지리라고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거대 채굴자들이 대부분의 인센티브를 가져가는 상황을 꼬집기도 했다.
그에 따르면 제대로 돌아가는 인센티브 시스템을 만드는 것은 정말로 어려운 일이다.
사용자들의 행동을 강제하고 막기 위해 이런저런 규칙을 추가하다 보면 인센티브 구조는 예측불가 모드로 바뀌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인센티브 없는 합의 메커니즘을 들고 나온 알고랜드가 지속 가능한 플랫폼이 될지는 메인넷이 공개된 이후 상황을 지켜봐야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부정적인 의견도 만만치 않다.
UC버클리 블록체인연구소는 알고랜드 모델은 인센티브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고, 작업증명(PoW)에서 PoS로 합의 메커니즘을 바꾸려는 이더리움 진영도 알고랜드 모델에 대해 비현실적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더리움 창시자인 비탈릭 부테린은 인센티브가 가장 중요하다고 했고, 이더리움 PoS 합의 메커니즘 개발을 총괄하는 블라드 잠피르역시 알고랜드와 같은 시스템은 돌아갈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황치규 기자 delight@thebcha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