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든 중독(中毒)은 매개체와는 별개의 원인이 있는 정신적인 현상이다 -
불가(佛家)에서는 술을 일러 반야탕(般若湯)이라 부릅니다.
반야(般若)는 범어 프라야나(prjna)의 음역으로 지혜란 뜻이니, 술을 일러 지혜의 약이라고 부르는 겁니다.
물론 공식적인 용어는 아닙니다. 땡초들이 자기 합리화를 위해 많이 씁니다.
다만 술을 좋아하는 저에게는 솔깃한 말이죠.^^
예전에 반승반속의 생활을 했던 선배 한 분이 했던 얘기입니다.
"평소에 사람은 참 좋은데 술만 먹으면 개가 된다고? 그래서 술이 문제라고??
X같은 소리 말라고 그래. 술이 무슨 변신 마법 포션이야? 멀쩡한 사람을 개로 변신시키게...
그놈 속에 원래 개가 있었던게야. 아무도 모르게 감추어왔고, 심지어 자신조차도 알지 못하던 개가...
그걸 술이 드러나게 해 준 거야. 그러니 술은 변신포션이 아니라 감춰지고 모르고 있던 걸 드러내는
지혜의 묘약인겨. 그래서 불가에선 술을 반야탕이라 부르는겨..."
파생이 지금 내 불행의 원흉이라는 글을 많이 봅니다.
주식에서 선물로 그러다가 옵션으로...그것땜에 돈날리고 사람 잃고 가정 풍비박산나고 인생 종쳤다고..
표면적으로는 맞는 말이겠죠.
눈에 보이는 인과관계만 따지면 분명 그러하니까요..
주식을, 파생을 알지 못했으면 하지 않았으면 꽃길만 걸었을 인생일까요...
분명 욕심으로 이 바닥에 입문했을텐데...
파생을 알지 못했다면 그 욕심은 다른 출구를 찾지 않고 그냥 그대로 조용히 사라져 줬을까요...
파생을 하는 지금 늘 범하는 무절제와 어리석음은요?
파생만 하지 않으면 그놈들이 한순간 사라진답니까?
...모르겠습니다...
다만 그건 아닐 것 같아서 쓰는 글입니다.
밑에 평소 제가 늘 응원하는 분의 글에서 "파생만 그만두면 끝날 일을 왜 이러고 있나.."란
구절을 읽다 쓰는 글입니다.
까는 글 아닙니다.
일면식은 커녕 쪽지 한 번 나누어 본 적 없지만 평소 좋아하고 같이 안타까와하고 응원하는 분입니다.
계속 하라고 부추기는 글 역시 아닙니다.
그냥 같은 길(同道)을 걷고 비슷한 괴로움을 겪은 동병상련의 감정일겁니다.
이 모든 괴로움이 파생때문이고 파생만 그만두면 끝이라면
그러면 너무나 간단하죠. 파생만 그만 두면 됩니다.
하지만 서두에 쓴 것처럼 모든 중독에는 드러난 매개체 이외의 원인이 있는 법이랍니다.
제가 아니고 정신과 의사난 심리학자들이 하는 말입니다.
알콜중독을 진정 치료하려면 술도 끊어야 겠지만 애당초 술에 의존해야했던
원인을 먼저 알고 치유해야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