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https://n.news.naver.com/article/018/0004937700?sid=104
“문재인 대통령이 만일 남은 임기 동안 미국의 정책방향과 다른 대북정책을 추진한다면 한미동맹에 균열만 생길거다. 더이상 ‘한반도 운전자론’ 같은 어설픈 담론에 빠지면 안 된다. 미국과 대북 접근을 완전하게 일치하는 게 최우선 과제다.”
신기욱 미국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 연구소장(사회학과 교수)은 한미 정상회담이 마무리된 22일 (현지시간) 이데일리와 전화 인터뷰에서 “공동성명서에 ‘대북접근법이 완전히 일치되도록 조율해 나가기로 합의했다’는 문구를 보면 문재인 정부의 나홀로 대북정책에 대한 미국의 우려가 엿보인다”며 이렇게 말했다.
신 소장은 정치사회학, 국제정치학 등에 두루 정통한 재미 석학으로 꼽힌다. 그는 학술 연구 외에 한미 동맹, 남북 관계, 동북아 역사 등 다양한 정책 과제를 수행하며 워싱턴 정가에서도 지명도가 높은 인사다.
신 소장은 ‘완전한 일치’ 문구를 두고 “미국이 대북정책에 있어 자신들의 페이스로 가겠다는 걸 확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한반도 비핵화 의제를 두고 문 대통령이 독자 행보에 나설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했다는 의미다.
같은 맥락에서 문 대통령이 무리하게 남북 대화에 매달리지 말고 다져진 한미 동맹의 틀에서 남은 1년간 대북문제를 차분히 접근해야 한다는 게 신 소장의 조언이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정상회담 직후인 23일 ABC와 인터뷰에서 “공은 북한 코트에 있다”며 북한의 대응을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신 소장은 한미정상회담 기간동안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계 성 김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대행을 대북특별대표로 임명한 배경에 대해서도 “당분간 대북 문제에서 새로운 시도보다 상황 관리에 초점을 두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성 김 대북특별대표 임명을 ‘깜짝 선물’이라고 반색했지만 대북 문제에 있어 한국 정부의 운신 폭을 좁힐 수 있다는 점에서 선물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신 소장은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성 김 대표를 소개한 것은 한국을 향해 ‘북한 문제는 저사람에게 맡겼다’는 의미”이라며 “한국이 대북 문제에 있어 끼어들 여지는 더욱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바이든 정부는 트럼프 정부처럼 곧바로 최고위급으로 가지 않고 실무 단계부터 밟아나갈 것이다. 다시 길고 지루한 외교적 줄다리기가 시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