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도진창 - 暗渡陳倉
겉으로는 아무 일 없는 척하면서 암암리에 행동하는 것이 바로 암도진창이다.
홍문의 연회에서 살아난 유방은 향우의 명에 따라, 한중왕으로 임명되어 파촉 당으로 가게 된다.
그 곳은 들어가기에도 험란한 땅이어서 예로부터 죄인을 유배보내던 곳이었다.
땅이 너무 험란하여 길이 따로 없고 절벽에 선반을 놓아 만든 잔도라는 길을 이용했다.
하지만 이 잔도는 너무도 위험하여 부임지로 가는 동안에만 수 많은 병사들이 탈영했고,
심지어 장수들까지도 도망치는 자가 많았다.
이에 유방은 병사들이 잔도를 다 건너온 후 잔도를 불태워 버린다.
이는 병사들의 탈주를 막기 위한 것이기도 했고,
삼진의 왕들에게 자신은 관중으로 다시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기도 했다.
파촉으로 돌아온 유방은 한신을 만나게 되고 그를 대장군으로 삼아 관중으로의 진출을 꾀한다.
이에 한신에게 주어진 큰 임마가 바로 불태워 버린 잔도의 보수였다.
한신은 병력 1만을 번쾌에게 주어 잔도를 3개월 안에 보수하라는 명을 내린다.
한편 유방이 파촉에서 수상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보고를 들은 삼진의 왕 중 장한은 신속히 잔도 보수 상황을 알아보았다.
잔도 보수는 1만의 군사가 3개월이 아니라 3년이 시간이 걸려도 보수될까 말까 한 정도였다.
이에 장한을 비롯한 삼진의 왕들은 마음을 놓고 있었다.
잔도의 보수가 오래 걸릴 것이라 보고 삼진의 왕들이 방심하고 있는 사이에,
한신은 진령산맥을 우회하여 단숨에 전략적 요충지인 진창을 점령해 버린다.
그리고 기세를 몰아 삼진왕들을 모두 무찌르고 단숨에 관중을 차지해 버린다.
그리하여 유방은 파촉에 부임하는 한중왕으로 임명된지 불과 석달만에 향우와 어깨를 겨루는 초한지쟁에 접어들게 된다.
암도진창은 측면 공격으로 정면공격을 대신하고, 드러냄으로써 비밀을 숨기며,
정면공격으로 기습공격을 숨기는 세 가지를 의미한다.
거짓 공격인 성동격서와는 조금 다른 의미를 갖는다.
공격의 형태로 보면 성동격서는 정면 공격이, 암도진창은 기습공격이 주공격이 된다.
물론 두 방법 모두 적의 혼란을 야기 시킨다는 공통점이 있다.
효율적인 면에서 보면 전력의 손실이 적은 암도진창이 좋아 보이나,
성동격서는 승전계이고, 암도진천은 적전계로 나뉘는 것으로 보아
각각의 상황에 따라 전술이 바뀔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투자에서도 이와 같이 현 시장의 추세와 이슈에 따른 적절한 대응이 필요하다.
상승세와 보합세 그리고 하락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한가지 방식으로 시장을 대응한다면,
이익과 손실이 반복되는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
각각의 추세에 대응하는 방법을 개발하고 숙지하여 늘 유연한 대응을 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암도진창과 비슷한 예를 시장에서 찾아본다면,
주가 상승의 마지막에 나타나는 불꼬현상과 비교할 수 있겠다.
많은 투자자들이 몰리는 관심주가 꾸준한 상승 후에 반락이 예상되는 시점에서 불꽃처럼 재상승하는 경우가 종종있다.
이것을 보고 '중간 하락이 끝났다.'라고 판단하여 남은 자금을 털어 넣는 경우가 많다.
또한 하락세에서도 추가 하락이 일어나 극도의 공포감을 느낄 때도 있다.
불꽃에 흥분하여 매수하거나, 하락의 공포에 갖고 있는 주식을 매도해 버리는 순간 시세는 반전된다.
시장은 흥분과 공포를 차트에 보여주면서 뒤로는 시세의 반전을 노리는 암도진창의 모습이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시장을 들여다 보면 시장을 괴물이라고 부르는 것이 타당하고, 무섭기까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