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를 한잔 마신다.
쓰다.
오징어 다리를 하나 입에 물고 질겅질겅 씹어댄다.
적막한 방안, 고요만이 나를 맞이하지만 기분은 나쁘지 않다.
그렇다고 좋을 것도 없다.
지나온 긴 길을 되씹어 본다.
무엇이 나의 인생을 실패로 이끌었을까?
우선 떠오르는 생각은 파생이다. 파생이 없었다면 나는 지금의 나가 아닐 것이다.
괜찮은 회사에 다녔으니 친구들과 비교해보면 지금쯤 중형 아파트 하나에 중형 차 한대에
돈푼좀 모아서 일년에 한두번은 해외여행을 다니면서 나름 만족해 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좀더 생각해보니 그게 아니었다.
내 인생의 실패의 책임은 바로 큰 그림이 없었다는 것이다.
10년후의 나, 20년후의 나를 생각하고 오늘을 살았다면 지금의 나는 아니었을 것이다.
휴우~~~지금 생각해보니 나는 고개를 푹 숙인채 하루하루 무작정 걸었던 거 같다.
앞에 있는 장애물에 부딪히고 좌우에 있는 돌발 장애에 또 부딪히고 넘어지면서
그래도 고개를 숙인채 수십년을 하루하루 무작정 걸어왔던거 같다.
참 한심한 놈이 바로 나다.
파생을 생각해본다.
기왕 파생에 왔다면 성공해야 한다.
여기서도 큰 그림이 없었다. 그래서 실패했다.
파생 전체의 흐름을 파악하고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무엇이며 무엇을 기준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를 생각해야 했다.
적어도 1년은 모투로 시작하고, 성공의 요소가 보일때 승부를 걸어야 했다.
그러나 나는 그렇지 않았다.
매일매일 일당에 급급하여 무히난 베팅을 일삼았고 그결과는 결코 아름답지 않았다.
나는 지금생각한다.
마음이 급하다고 해서 구멍난 그물로 물고기를 잡을수 없다는 사실을......
파생은 실로 묘해서 눈꼽만한 구멍만 보이면 그길로 새버린다.
추세를 알고 구멍을 막아야 하는데, 추세를 모르고 구멍만 그물만 좌우로 매일같이 흔들어대고 말았다.
때로는 큰 고기가 걸렸는데, 꺼내려고보니 이미 도망간 경우가 그 얼마던가?
인생이나 파생이나 다같이 생자 돌림인데
생자돌림에서 성공하려면 큰 그림을 먼저 그려야 한다는 사실을
쓴 소주 한잔과 함께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