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과 은행권이 금융시장 안정화를 위해 10조원 규모의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필요한 경우에는 추이를 보며 규모를 증액하기로 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김태영 전국은행연합회장, KB·신한·우리·하나·농협·산은·기은·전북 등 8개 은행장들은 20일 오전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간담회에서 채안펀드를 조만간 조성하기로 했다.
정부가 전날(19일) 비상경제회의를 열어 금융권과 공동으로 조성하기로 한 채안펀드는 채권시장 경색으로 일시적인 자금난을 겪고 있는 기업들의 유동성을 지원하고 국고채와 회사채의 과도한 스프레드 차이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다. 지난 2008년 10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기업들의 유동성 공급을 위해 10조원 규모로 조성했는데 은행권이 8조원 가량을 부담했다.
펀드 조성은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은 위원장은 "이미 약정돼 있는 만큼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며 "시장 수요를 못 맞출 정도로 늦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금융위와 은행권은 일단 채안펀드를 10조원 규모로 책정했지만 시장 상황을 본 후 필요에 따라 증액할 계획이다. 은 위원장은 "전체적으로 (규모를) 늘렸으면 한다"며 "(은행권에서) 늘릴 용의가 있다고 해서 합의했다"고 전했다.
정부가 가동하기로 한 증권시장안정펀드(증안펀드)의 경우 집행까지는 다소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은행장들이 이날 증안펀드 조성에 적극 참여하겠다고 했지만 금융사마다 내부 절차가 남은 탓이다. 은 위원장은 "금융사별로 협의를 하고, 내규를 만들고, 투자위원회 등도 만드는 등 시간이 필요한데 아무리 급해도 이런 것을 건너뛸 순 없다"며 "우선 다음주에 규모하고 시행시기 등을 발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당국은 은행권에 저비용항공사(LCC) 등 코로나19 확산으로 어려움을 겪고있는 대기업에 대한 금융지원 방안도 요청했고 은행권은 이들 기업에 대한 대출 회수를 자제하기로 했다. 은 위원장은 "정책금융기관이 대기업에 돈을 빌려줬는데 시중은행에서 기존 대출을 다시 회수해가면 효과가 없다"며 "금융권과 대출 회수 자제에 대한 결의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과 은행권은 코로나19로 긴급 자금이 필요한 소상공인 금융지원에도 속도를 내기로 했다. 이를 위해 시중은행은 연 1.5% 초저금리 대출을 하기로 했다.
긴급한 자금이 필요한 소상공인들에게 최대한 효율적으로 초저금리 자금이 공급되도록 소상공인진흥공단의 '경영안정자금'을 신용도가 취약한 영세 소상공인 지원에 집중하고 기업은행의 '초저금리 대출'의 경우 중신용 소상공인을 중심으로 자금을 공급하기로 했다. 신용등급이 양호한 소상공인에 대해선 시중은행이 자금을 지원하며 재정에서 이차보전을 하기로 했다.또한 전 금융권의 대출 만기연장 및 이자상환 유예조치가 4월1일부터 혼선 및 지연 등 국민의 불편 없이 시행될 수 있게 적극 노력하기로 했다. 최근 대출 수요 급증으로 업무처리가 지연되고 있는 지역재단의 업무위탁에 은행권도 적극 협조하기로 했다.
당국은 시중은행에 코로나19 피해로 일시적인 자금난을 겪는 기업에 대해 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에서 유동성 지원시 효과가 유지될 수 있게 시중은행의 여신 회수 자제도 요청했다.
이와 함께 이 같은 조치들이 은행의 자본건전성과 경영평가, 담당직원의 내부성과 평가 등에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도록 적극적인 면책조치와 함께 은행의 자본건전성 제고 노력을 적극 뒷받침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