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타격을 입은 경제를 지원하기 위해 '무엇이든 하겠다'는 각국 정부의 단호한 메시지는 일부에서 경기 회복세가 나타나면서 시들해지고 있으며, 사람들은 부양책을 서서히 거둬들이는 것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정부 관료들은 더 이상 올해와 같은 속도로 차입을 늘릴 수는 없다고 강조하기 시작했다. 경제 반등이 불안정하고 바이러스가 여전히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재정 조치를 축소하게 되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음에도 말이다.
투자자들은 그렇게 되면 중앙은행들이 다시 한번 힘든 일을 겪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인플레와 상관없이 향후 몇년간 대출금리를 계속 낮게 유지해 선진국들의 부채를 알맞은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장기 실질 대출금리는 10년만기 기준 현재 미국 및 일부 유로존 국가들에서 -1% 이하를 가리키고 있다. 이는 최근 몇주동안 주식, 채권, 금, 부동산이 동반 급등하는 결과를 낳았다.
도이체방크와 골드만삭스 등의 경제 예측가들은 올해 경제 수축 전망치를 축소했지만, 금리 전망은 거의 바꾸지 않았다.
얀 해치우스 골드만삭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2025년 초까지 연방준비제도는 어떠한 금리 인상 없이 매우 부양적 통화 정책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더욱이 시장은 연준이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전망은 서서히 재정 고갈 신호를 반영하기 시작했다.
◆ 난항
수개월 동안 외출제한 조치로 타격을 입은 기업들과 일자리 및 소득 보호를 위해 얼마든지 지출할 것임을 강조하던 각국 정부는 올여름 코로나19 관련 제한조치들이 해제되면서 경기 회복 신호가 나타나자 기조를 바꾸기 시작했다.
미국 의회와 백악관은 추가 소득 지원 및 부양책 규모를 둘러싼 논의에서 난항을 겪고 있다.
회의가 재개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협상 가능성에 제한선을 긋고 있다.
그는 3조달러가 넘는 부양 법안을 추진하는 민주당 의원들에 "미국은 미래 세대를 위해 부채를 급격히 늘리지 않는 것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리시 수낙 영국 재무부 장관 역시 영국 정부는 올해와 같은 금리로 차입을 계속 진행할 수는 없다고 말하며 이 같은 심리를 반영했다.
그는 "그것은 우리가 유지해야 하거나 유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대다수 투자자들은 정부 지출이 좀더 신중해지긴 했지만 코로나19 관련 새로운 제한 조치 또는 백신 개발 지연으로 심각한 경기 둔화가 다시 한번 나타난다면 지출이 다시 조금씩 증가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프랭클린 템플턴 채권 그룹의 소날 데사이 최고 투자 책임자는 정책입안자들은 자신들이 매우 유동적임을 그간 보여줬기에 필요할 경우 이들이 다시 조치를 취할 것임을 의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시장은 재정 및 통화 지원이 종료될 때 약간의 변동성에 대비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연준은 이것을 무기한 실시할 수 없다"며 "일본식 디플레이션이 나타나지 않는 한 그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부양책으로 인한 금융시장 왜곡에 대한 두려움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통화 정책 규모를 재고해야 하는 이유가 될 수 있다.
이번 주 모간스탠리의 애널리스트들은 금리 움직임에 대한 민감도를 보여주는 글로벌 채권지수들의 듀레이션에 주목했다.
그들은 기업 및 각국 정부가 사상 최저 금리로 만기를 연장하는 가운데 듀레이션이 2년만에 약 5% 상승해 사상 최고치에 도달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주식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발생했다. 아마존 비중이 큰 자유소비재 업종에 대한 익스포저는 미국의 실질 수익률과 매우 높은 부정적인 상관관계를 보였다. 기술업종이 그 뒤를 바짝 뒤따랐고, 두 부문 모두 주식과 채권 시장에서 시가총액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모간스탠리의 애널리스트들은 "전 세계적으로 투자자들은 이러한 수익률에 민감한 업종들을 18개월 전에 비해 8조1000억달러를 더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들은 또한 최근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금과 은도 실질 금리와 관련된 움직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잠재적으로 위험한 시장 왜곡이 중앙은행들로 하여금 완화 정책을 다시 고려하게 만들지 아니면 혼란을 피하기 위해 정책을 그대로 둘지는 향후 1년 동안 매우 중요한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