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와 무역전쟁 전면전 대비하는 中… ‘디지털 화폐’ 발행 가속

위안화 국제화 기반 마련

2년 이내 전면 유통 목표

美연준도 MIT와 개발 돌입

EU, 내년 도입 여부 결정

중국이 법정 디지털 위안화에 대한 대규모 공개 테스트를 잇따라 실시하며 세계 최초로 디지털 화폐 발행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에 미국과 유럽연합(EU)도 법정 디지털 화폐 발행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나서 전 세계 주요국들이 ‘디지털 화폐전쟁’을 벌일 조짐을 보이고 있다.

7일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장쑤(江蘇)성 쑤저우(蘇州)시는 최근 낸 공고에서 시민 10만 명에게 200위안(약 3만3000원)씩, 총 2000만 위안(33억 원)어치의 디지털 위안화를 나눠준다고 밝혔다. 지난 5∼6일 신청을 받았고, 11일 추첨 결과가 공지된다. 당첨된 이들은 이달 11∼27일 쑤저우의 1만여 개 지정 상업 시설에서 디지털 위안을 자유롭게 쓸 수 있다. 지난 10월 광둥(廣東)성 선전(深)시가 시민 5만 명을 대상으로 중앙은행인 런민(人民)은행이 발행한 디지털 위안을 나눠줘 첫 공개 실험을 한 지 2개월 만에 또다시 대규모 실험에 나서는 셈이다.

앞서 선전시에서 10월 12~18일 이뤄진 공개 테스트에서 선전시 당국은 “최종 4만7573명이 성공적으로 디지털 위안화를 받아 총 6만2788건의 거래가 이뤄졌으며, 최종 거래 금액은 880만 위안(약 15억 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런민은행은 지금까지 선전 등 4개 도시에서 모두 400만 건의 결제를 통해 모두 20억 위안(3400억 원)의 디지털 위안이 사용됐다고 공개했다.

중국은 오는 2022년 2월 개최되는 베이징동계올림픽 이전 세계 최초로 디지털 화폐 발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디지털 위안화 실험을 베이징(北京), 상하이(上海), 톈진(天津) 등 중국 28개 도시로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지난 2014년부터 법정 디지털 화폐 준비를 시작한 중국은 올해 4월부터 선전, 슝안(雄安), 청두(成都) 등에서 폐쇄적인 내부 테스트를 시행한 바 있다.

중국이 이처럼 디지털 화폐 발행에 가속페달을 밟는 것은 무엇보다 미국과의 전면적인 갈등에 따른 국제 달러 결제망에서의 위안화 배제 가능성에 대비하는 한편 장기적으로 달러화 패권에 도전하는 ‘위안화 국제화’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중국은 지난 2010년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으로 등극했지만, 지난해 기준 위안화의 글로벌 결제 통화 비중은 1.9%에 그쳐 달러(42.2%), 유로(21.7%) 등에 크게 뒤처져 있다. 이에 중국은 자국 중심의 글로벌 경제 블록 구축 프로젝트인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 주변국들과의 무역 결제 등에 디지털 위안화 사용 범위를 확대한다는 야심 찬 목표를 추진하고 있다.

황치판(黃奇帆) 중국 국제경제교류센터 부이사장은 지난 9월 한 포럼에서 “디지털 위안화가 국경을 넘나들며 결제에 사용되면 위안화 국제화 속도를 더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견제에 나선 미국과 EU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콜린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디지털 화폐는 더 빠르면서 비용이 덜 드는 국제 거래를 가능하게 한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미 보스턴연방준비은행은 매사추세츠공대(MIT)와 함께 가상 디지털 화폐 개발에 돌입했다. 다만, 파월 의장은 “처음이 되는 것보다 제대로 하는 게 더 중요하다”며 “사이버 공격, 위조, 사기로부터 법정 디지털 화폐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신중한 견해를 밝혔다.

EU는 내년도에 디지털 유로 도입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최근 “내 느낌으론 몇 년 내 디지털 화폐가 도입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도 지난 7월 디지털 화폐 발행 검토를 공식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