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합의(JCPOA) 복원 협상이 멈춘 상황에서 협상 당사국인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최근 새로 들어선 이스라엘 정부와 지속적으로 접촉하며 이란을 견제하고 있다. 중동 주둔 미군과 친이란 민병대 사이에 교전도 벌어지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퇴임을 앞둔 레우벤 리블린 이스라엘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AP통신은 바이든 대통령이 “내가 재임하는 동안 이란은 결코 핵무기를 갖지 못할 것”이라며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지키기 위한 미국의 굳건한 결속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실권이 없는 리블린 대통령에게 건넨 바이든 대통령의 말은 사실상 지난 13일 출범한 나프탈리 베네트 이스라엘 내각을 향한 메시지로 풀이된다. 우파인 베네트 총리는 이란에 강경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지난 24일 베니 간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필요한 경우 이란 핵시설에 대한 공격을 감행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각각 지난 21일과 27일 아비브 코차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과 야이르 라피드 이스라엘 외무장관을 만나 양국의 외교·안보 사안에 대해 논의했다. 회담 후 미국 정부는 “중동 지역에 불어닥친 전략적 도전에 맞서기 위한 협의를 확대해 나갈 것을 약속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JCPOA 복원에 대한 양측의 입장은 충돌한다. 라피드 외무장관과 코차비 참모총장 모두 미국 측에 핵무기 억제 효과가 없다며 강력하게 JCPOA 복원 반대 의사를 전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보도대로 베네트 총리와 바이든 대통령의 회담이 다음달 이뤄지면 이 사안에 대해 협의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과 이란의 갈등은 물리적 충돌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28일 친이란 민병대는 시리아 동부 알오마르 유전 근처 미군기지에 수발의 포탄을 발사했다. 미국은 전날 “친이란 민병대가 이라크 내 미군기지에 드론으로 공격했다”며 이라크와 시리아 국경지대에서 활동하는 친이란 민병대 무기저장시설을 공습했다.
대미 강경보수 에브라힘 라이시가 8월 이란의 새 대통령에 취임하면 교착 상태에 빠진 JCPOA 복원 협상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라이시 당선자는 지난 21일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먼저 제재를 해제해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