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https://news.mt.co.kr/mtview.php?no=2021052614180161159&type=2&sec=world&pDepth2=Weconomy
미국 달러 가치가 4개월여 만의 최저로 떨어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부양책 지속 의지와 세계적인 경제 회복이 달러 가치를 누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위안은 달러를 상대로 3년 만의 최고치로 오르면서 중국 성장세의 도전과제로 떠올랐다.
사진=AFP
달러 가치, 1월 이후 가장 낮아…하락 베팅도 계속로이터에 따르면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환산하는 달러지수는 올해 고점 대비 4% 떨어졌다. 25일(현지시간)에는 장중 89.55까지 떨어지면서 1월 초 이후 가장 낮았다. 2분기 들어서만 유로는 달러 대비 4.4% 올랐고, 브라질 헤알은 6.7%, 위안은 2.4% 각각 상승했다.
선물 시장에서 달러 하락 베팅도 5주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모건스탠리자산운용의 리사 샬렛 수석투자책임자(CIO)는 "글로벌 포트폴리오 흐름은 달러를 피해 재조정되는 모습이 확인된다"고 말했다.
올해 달러지수 추이 /사진=CNBC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오름에도 불구하고 연준이 당분간 자산매입을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다는 게 달러를 짓누르는 첫 번째 요인으로 꼽힌다. 인플레이션이 달러의 구매력을 갉아먹는데도 달러 풀기를 계속하겠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연준과 달리 브라질, 러시아, 터키 등은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높은 수익률을 찾는 투자자들을 끌어당기고 있다.
어드바이저스자산운용의 찰스 리버맨 CIO는 "무게 800파운드 고릴라가 방안에 있다"면서 "연준이 인플레이션 대처에 뒤처지고 있다는 우려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800파운드 고릴라는 절대적인 힘을 강력한 존재를 의미한다.
미국의 경제 성장률은 정점을 찍었고 이제 유럽이나 다른 지역의 경제 회복이 속도를 낼 것이라는 기대도 달러 가치를 끌어내리는 배경으로 지목된다. 예컨대 유로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올해 1분기에 마이너스를 가리켰지만 2분기에는 연율 13.3%까지 뛸 것으로 옥스포드이코노믹스는 전망하고 있다.
위안 강세가 불편한 중국, '채굴' 금지도 그래서?중국은 달러 하락으로 위안이 오르는 게 불편한 기색이다. 달러가 떨어지면 원자재 가격이 오르는 경향이 있는데 이 경우 중국 내 인플레이션을 부추기고 자산 거품을 만들어 경제 성장세가 꺾일 수 있다고 우려하기 때문이다. 또 위안이 오르면 가격 경쟁력을 떨어뜨려 중국 수출업체들은 타격을 입는다.
위안은 지난 1년 동안 달러를 상대로 10% 넘게 올랐다. 중국의 빠른 경제 회복에 외국 자본이 밀려들면서다. 한국시간 26일 오후 2시30분 현재 역내 위안·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0.28% 떨어진 6.3922위안을 가리키고 있다. 위안 가치와 위안·달러 환율은 반대로 움직인다.
/사진=AFP
미즈호은행의 켄 정 아시아 외환 수석전략가는 "중국의 성장 모멘텀 둔화를 고려할 때 중국 당국은 위안 상승의 위험을 인식하고 있을 것"이라면서 "지속적인 해외 자본 유입은 자산 가격을 띄워 레버리지를 안정화하려는 인민은행의 노력을 무력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가 최근 투기 위험을 지적하면서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와 채굴을 전면 금지하고 철광석 등 원자재 투기와 사재기에 엄격한 단속 의지를 드러낸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게 파이낸셜타임스(FT)의 분석이다.
달러 방향 키 쥔 연준은 어떻게?다만 미국의 인플레 압력이 지속적으로 높아지면 연준도 자산매입 축소(테이퍼링)나 금리인상 같은 긴축으로 돌아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렇게 되면 달러 방향이 오름세로 전환될 수 있다.
지난 4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 다수의 연준 정책위원들은 경제 회복세에 따라 테이퍼링 논의를 시작해야 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제임스 고먼 모건스탠리 최고경영자(CEO)는 25일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내년초 시작될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시장 불안에 따른 주가 하락이 달러를 밀어올릴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시장이 혼란하고 투심이 불안할 때 달러는 안전자산의 매력을 뽐내기 때문이다. 아문디파이오니어자산운용의 파레쉬 우파드야야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이런 이유로 일부 투자자들이 달러의 추가 하락에 베팅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그는 백신 보급과 맞물린 세계적인 경기 회복은 달러에 지속적으로 하방 압력을 가하면서 호주달러, 뉴질랜드달러, 캐나다달러 가치를 뒷받침할 것으로 봤다. 모건스탠리는 달러 하락의 대표적 수혜 통화로 유로, 파운드, 위안을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