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성공할 수 있다, 난 잘할 수 있다'의 아집에서 벗어납니다.
'나도 별수 없는 개미나부랭이 99프로이고 나도 별 수 없는 깡통이다'를 인정합니다.
회사 정리해고 후 돈 5백으로 시작한 선물, 틱당 2.5만원이니 4틱 십만원, 십만원 꾸준히 벌어서 월200 채우면 계속 목표를 높이고 그렇게 호구지책으로 시작한 돈놀음. 여전히 몸과 마음과 손은 일치되지 않고 따로 놀고, 계좌가 깨지면 맘 다잡고 10틱 먹자!를 외치며 하루하루 이어진 날들이 벌써 4개월. 양매도가 그나마 프리 차를 먹는 게임이니 그거라도 해볼까하는 패배자의 마지막 유혹에 흔들리고,
며칠전이었습니다. 지금은 그 매매방을 나와 피씨방에서 글을 씁니다.
"이 ㄱ ㅐ 놈의 색히들은 왜 이렇게 올리고들 ㅈㄹ이야"라는 패배자의 욕설이 먼 발치에서 귀를 때리고, 확정된 손실에 그들의 벌겋게 상기된 얼굴, 여기서 꺽이면 어쩌구, 외가가 어쩌구, 프리합이 어쩌구 결국 빠지게 되어있어라는 자기위안의 가시돋힌 말들이 엉망진창으로 오버랩되며, 똑같이 내 맘도 만신창이가 되어 가고 있었습니다.
"콜 50배 났네"라는 외침이 들리고, 전 벙찌고 말았지요.
손실을 본 자기계좌는 내팽겨치고 남의 떡이나 보며 감탄을 하는 그들을 보며, 50배가 난 콜은 관심에도 없었던 나를 보며, 이 시장이 이런 시장이구나, 이런 큰 시장에서 하루에 4틱 먹겠다고 하루종일 모니터 뚫어져라 보는 내 자신을 보며,
"난 쓰레기 파생좀비구나..."를 확정지었습니다.
불현듯 정신이 들었습니다.
한달에 2백은 커녕, 대여에 넣어논 돈 5백도 못지키는 주제에 무슨 파생이고 무슨 양매도냐.
그렇구나,
이것은 오로지 심리와 자금, 그리고 기법의 삼위일체가 완벽히 조화되어도 5/5 게임이구나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내일이면 현장보조로 막일 나갑니다.
이대로 죽을 수는 없으니까, 더러워진 마음을 깨끗이 씻으러 새벽일찍 나갑니다.
새벽 7시반에 시작하여, 연장하면 저녁 8시에 끝난다니 고된 하루가 될것임에 틀림없습니다.
다시 올지 안올지 모릅니다.
내 인생의 바닥이 어디일지 모르지만, 마찬가지로 최고점이 어디일지 모르는,
최저와 최고를 아무도 모르듯, 제 인생도 그렇게 던져보려합니다.
이게 제 인생 최고의 치유가 되길 기원하며,
물러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