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가상화폐) 거래소인 빗썸에서 암호화폐 탈취 사고가 발생해 수사당국이 조사를 진행 중이다. 정부가 근 1년 만에 규제 카드를 내놓은 것과 맞물려 업계가 뒤숭숭하다. 검찰에서 암호화폐 거래 주소제를 만지작거리면서 거래사이트 관리에 나선 모습이 포착된다. 이에 대한 분석은 엇갈린다. 자금세탁 등 범죄 관련 거래가 차단된다는 견해와 해외 거래소 추적 시스템까지 못 갖추면 실효성이 적다는 견해가 부딪친다. 물론 두 기능이 결합돼야 한다.
암호화폐 시장을 살리는 ‘디테일’보다 선행할 것이 있다. 바로 암호화폐에 열광만 하고 일확천금의 버블을 키워온 데 대한 반성이다. 블록체인 기술은 뒷전이었다. 약간의 돈만 투자하면 거래소를 만드는 제도가 화를 키웠다. 금융위원회 소속 금융정보분석원에 신고하지 않고도 영업이 가능한 시스템이 문제였다. 적법한 보험·보호 장치가 없어 거래소의 파산이나 사기 피해에 무방비로 노출된 구조 역시 손봐야 한다. 투자자 보호의 전제는 시장 정화와 시장 투명성이다.
일부에서는 내년에는 암호화폐 상승장이 돌아온다며 희망 섞인 전망을 내놓는다. 그렇더라도 급등하면 환호하고 급락하면 절망하는 패턴만 반복될 뿐이라면 의미가 없다. 근본적으로 암호화폐는 기존 화폐를 대체한다는 주장을 뒷받침하기에 힘이 너무 달린다. 암호화폐를 만약 법적인 가상자산으로 분류한다 해도 제도권 진입에는 난관이 많다. 진솔하게 보면 중앙화 서비스와 탈중앙화 서비스의 차이부터 고민해볼 상황이다. 정부의 관리 무관심과 명확한 스탠스 부재도 여기에 일조했다. 예상처럼 밝은 미래가 아닌 것은 시장 기능이 오작동하거나 작동하지 못해서다. 기술 진보는 없고 ‘블록체인=암호화폐’ 등식으로만 흐른 탓이다.
지금은 그 활로를 법제화, 제도화에서 찾는 수밖에 없다. 예를 들자면 실명 확인 가상계좌를 발급받는 거래소가 4곳밖에 안 된다. 거래소 법인계좌에 여러 개인계좌를 두는 벌집계좌의 성행 이유는 사실 이것이다. 암호화폐의 어두운 면, 즉 자금세탁과 범죄자금 조달, 사기 프로젝트 악용이 부각돼도 별로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자금세탁방지국제기구에서는 금융회사 수준의 거래사이트 규제를 요구하고 있다. 낮은 신뢰, 외면당하는 기술과 화폐는 옥석을 스스로 구분하기 마련이다. 암호화폐를 정부가 ‘가상통화’로 부르는데 이 기회에 통일하면 좋겠다. 개념부터 명확히 한 후, 안전거래를 위해 정비된 법과 제도가 선의의 보호막이 돼야 한다. 뜬구름 잡는 시장에 시장질서가 생길 리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