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옥추제 - 上 屋 抽 梯
두각위에 올라간 후 사다리를 치운다
후한 말년 형주 목으로 있던 유표에게 전처의 소생 유기와 후처의 소생 유종 두아들이 있었다.
유기의 계모는 혹시 유기가 득세하여 자기가 낳은 유종의 지위를 빼앗을까 근심되어,
항상 유기를 미워하고 유표도 후처의 말을 듣고 작은 아들 유종을 귀여워 하고, 큰 아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이에 유기는 자기의 처지가 매우 위험하다는 것을 느끼고,
존경하는 제갈량에게 어떻게 하면 자기가 궁지에서 벗어날 수 있는가를 몇번이나 물었지만, 제갈량은 그 방법을 알려주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유기는 제갈량에게 술을 대접하고자 청하고서 뒤뜰에 있는 높은 누각 위에 술상을 차리고 제갈량을 모셨다.
술이 서너 순매 돌자 유기는 하인을 시켜 누각에 있는 사다리를 치워버리게 했다.
그리고 유기가 제갈량에게 말한다.
"자 이제는 우리 단 둘 밖에 없으니, 말은 선생의 입에서 나와 나의 귀에 들어가면 끝입니다.
제게 궁지를 벗어날 방도를 가르쳐 주십시요"라고 간곡히 청했다.
당시 유표에게 의지하고 있던 제갈량이었지만 할 수 없이 대답한다.
"당신은 춘추시대 진 나라 형공의 장자인 신생이 후계자 계승 문제로 자결한 이유를 알고 있소?
그는 나라 안에서 버티고 있다가 결국 자결하게 되었고, 신생의 동생인 중이는 적나라로 망명하여 안전한 것을 보지 못했습니까?"
유기는 제갈량의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를 알아채고, 제갈량이 가르쳐 준 방도대로 유표의 곁을 떠나
먼 속으로 자리를 옮김으로 계모의 손에서 벗어나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라는 고사에서 전해진다.
상대방을 궁지에 몰아넣고 퇴로를 차단하여 굴복케하는 전략이다.
특별한 전술은 아니지만, 여기서 우리가 주의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내가 그 전술에 말려들면 내 의지대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상투를 잡았을 때가 그렇다.
더욱이 매도할 시간도 기회도 주지 않고 하한가로 하락하는 장면에서 무어라 할 말이 없다.
하한가로 가는데 1분도 채 안걸린다.
하한가에 걸어놓고 매도 되기를 기다리는 심정은 당하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오늘 못팔면 내일 도 하한가다.
흡사 단두대에 머리 대놓고 줄이 당겨지기만 기다리는 심정이다.
시장에서는 언제 어디서나 지뢰를 피해다녀야 하고, 소나기 처럼 퍼 붓는 포탄을 벗어나야 한다.
그렇게 피하다가 딱총에 맞아도 그 자리에서 즉사한다.
아무튼 위험은 무조건 피하는 것이 최고로 좋다.
위험한 거래를 시도하지 않은 것 만이 살 길이다.
조금씩 먹어도 배부르다.
한 술에 배불리려면 로또를 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