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KEB하나은행과 출판사 한빛미디어가 공동으로 주최한 블록체인 기술 세미나 현장. 은행이 바라보는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세션도 마련됐는데, KEB하나은행에서 디지털 전략을 총괄하는 한준성 미래금융그룹 부행장이 직접 마이크를 잡았다.
들어보니, 은행 입장에서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는 할 수밖에 없는 프로젝트였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같은 플랫폼 만들려고 KEB하나은행같은 대형 금융회사가 블록체인에 관심을 갖는 건 아니다. 괜찮은 건 같은데, 이거 갖고 일단 뭐라도 한번 해보자는 취지로 블록체인, 블록체인 하는 것 또한 아니다.
한준성 부행장에 따르면 KEB하나은행은 가치를 저장하는 새로운 수단을 고민하는 와중에 블록체인을 알게 됐고, 이거다 싶어서 본격적인 투자에 나서게 됐다. 잘만하면 사람들이 자신들이 갖고 있는 모든 자산을 세계를 무대로 자유롭게 쓰고 거래할 수 있는 장을 만들수도 있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나온 것이 GLN(Global Loyalty NetworK) 프로젝트다. 한 부행장은 GLN과 관련해 "현금, 마일리지 같은 자산을 전세계 어디서나 교환하고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프로젝트"라며 "오케이 캐시백 포인트를 미국 백화점에서 쓸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다"고 기대했다.
KEB하나은행은 GLN 프로젝트를 위해 15개국의 51개 업체들과 제휴를 맺었다. KEB하나은행은 각 국가들 상황에 맞춰 지급결제나 쿠폰몰 등의 형태로 이르면 3월부터 5개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라인이 인도네시아에 설립한 인터넷 전문은행인 라인뱅크도 적극 활용할 예정이다. KEB하나은행은 인도네시아 법인을 통해 라인뱅크의 2대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한준성 부행장은 블록체인으로 한다고 하니 사업적인 측면에서도 유리한 점이 많다고 강조한다. 블록체인이라고 하니 글로벌 대기업들이 보다 많은 관심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한 부행장은 "이건 매우 중요한 포인트다. 사업을 하려면 시장의 트렌드를 파악해야 한다. 전 세계 IT대기업들도 블록체인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고 전했다.
블록체인을 활용한 성과가 아직까지 제대로 나오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몇년 안되는 새로운 기술"이라며 "블록체인이 생활속을 파고든다는 것에 대해서는 의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한 부행장에 따르면 금융계에서 마지막 파괴적 혁신은 신용카드다. 외상을 가능케 한 신용카드 이후에는 그에 견줄만한 파괴적 혁신이 없었다. 이런 관점에서 블록체인은 금융 혁신에 대형 변수로 작용할 잠재력을 갖췄다는 게 그의 평가다.
한 부행장은 "GLN을 통해 우리가 갖고 있는 모든 자산을 전세계적으로 자유롭게 쓰고 거래할 수 있을 것이다"면서 "비자나 마스터 같은 금융의 중심으로 키워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