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금법 개정 통해 자금세탁방지 의무 부과…'벌집계좌' 차단 예고
법조계 “가상계좌 발급 등 제도권으로 거래소 편입하는 게 우선”
정부가 암호화폐 거래소들에게 기존 금융권과 동일한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부여할 예정이다. 또 각 시중은행이 재량으로 암호화폐 거래소와 금융거래를 거절할 수 있도록 하거나 의무적으로 거절하도록 하는 방안도 법제화할 방침이다. 그동안 금융위원회가 은행에 대한 행정지도로 진행했던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 서비스(가상계좌)’ 발급?관리를 시중은행들의 재량에 맡기면서 ‘벌집계좌(집금계좌)’ 강제회수에 대한 법적 권한까지 주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벌집계좌란, 시중은행으로부터 가상계좌가 막힌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원화 거래를 지원하기 위해 자체 법인계좌로 투자자들의 돈을 받아 운영하는 형태를 의미한다. 통상 법인계좌 아래 투자자 계좌를 두고 개별 운영하는 방식을 취하기 때문에 벌집이란 표현을 쓴다. 기존에도 각 은행은 벌집계좌에 있는 돈이 거래소 경비운영 목적 비집금계좌와 구분돼 사용되는지 모니터링하면서, 이상거래발생시 행정지도에 따라 즉시거래를 종료해왔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의 의도대로 법 개정이 진행돼 벌집계좌 퇴출대상이 될 경우 업비트, 코인원, 코빗, 빗썸처럼 이미 실명확인 가상계좌를 발급받은 거래소 4곳을 제외한 중소거래소들의 원화 입출금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이에 대해 거래소 업계 및 법조계에선 시중은행이 벌집계좌를 법으로 차단하기에 앞서 정부가 정한 요건을 갖춘 신규투자자들에게 실명확인 가상계좌를 발급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고, 이에 대한 감독을 함께 진행해야 한다는 지적이 확산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은행들이 실명확인 가상계좌를 새로 발급해주지 않기 때문에 벌집계좌를 이용할 수 밖애 없게 되는 것”이라며 “실명확인 계좌발급과 벌집계좌 회수가 함께 이뤄지지 않으면 정부가 규정 없이 인위적으로 구조조정하려는 것이라는 의혹을 사게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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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소, 기존 금융권과 동일한 자금세탁방지 의무 갖춰야
17일 국회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제윤경 의원이 지난해 3월 대표 발의한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 개정안을 대폭 강화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당초 제 의원의 특금법 개정안은 암호화폐 거래소(가상통화 취급업소)가 금융정보분석원(FIU)에게 상호 및 대표자의 성명 등을 신고하는 한편 암호화폐를 이용한 자금세탁 등 의심 거래가 발생하면 곧바로 FIU에 신고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하지만 오는 7월 방한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자금세탁방지국제기구(FATF)의 현지실사가 이뤄질 예정이어서 관련 법?제도 정비를 강화하는 추세가 본격화되고 있다. 금융위는 제 의원의 특금법 개정안을 올해 주요 입법과제로 선정한 뒤, △암호화폐 거래소에 금융회사와 동일한 자금세탁방지의무 및 FIU에 대한 신고의무, 추가적인 내부통제 의무 등을 부과 △금융회사가 암호화폐 거래소와 금융거래를 의무적 혹은 재량으로 거절 가능토록 하겠다고 발표한 상태다.
제윤경 의원실 관계자는 “기존에 특금법 개정안을 다른 유사 법안과 병합심사하는 과정에서 은행이 직접 암호화폐 거래소의 이상행위를 규제하는 내용의 금융당국 정책 제안도 반영될 것”이라며 “과태료 부과를 비롯해 처벌조항을 추가 신설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