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광물자원 공급망 등 해운·물류 분야에서 블록체인 도입이 가속화되고 있다. 지난해 세계 1위 선사인 머스크와 무역 블록체인 플랫폼 개발을 선언한 IBM은 최근 LG화학, 포드 등과 블록체인 기반의 광물자원 공급망 추적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으며 국내에선 삼성SDS가 블록체인 기반의 물류 관련 서비스를 본격화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IBM, 삼성SDS 등 IT 기업들이 물류, 화학, 자동차 분야 기업들과 함께 파트너십을 맺고 블록체인 기반의 광물자원 공급망 및 해운·물류 체계 구축을 본격화하고 있다. 각 기업들은 합작법인이나 컨소시엄 등 합종연횡(合從連衡)을 통해 파트너 회사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블록체인은 정보를 기록하고 복제하여 저장하는 분산형 데이터 저장기술로, 중앙 정부, 은행 등의 관리나 통제 없이 참여자들이 서로 확인하고 인증할 수 있는 기술이다. 운송 중인 화물이 어떤 상태로 어디에 있는지를 실시간 알 수 있어 관련 절차를 간소화하고 인건비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 또 원산지부터의 운송기록 등 모든 세부사항이 공유되는 만큼 더 안전하고 신뢰성 높은 물류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에 따르면 현재 동아프리카에서 유럽까지 해상으로 물품을 수송할 경우 약 30명의 개인이나 기관이 200차례 이상 거래에 참여하고, 상품 출하를 위한 문서 처리에만 열흘이 걸린다. 하지만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면 일정 요건이 되면 자동으로 계약이 체결되는 스마트 계약을 통해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세계경제포럼은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돼 해운·물류 분야 비효율성이 사라질 경우 세계 GDP가 4.7%(2조6000억달러) 늘어나고, 세계 무역 규모가 14.5%(1조6000억달러)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관세 장벽을 없앴을 때 기대되는 유발 효과(세계 GDP 0.7%, 세계 무역 10.1% 증가)보다 높은 수준이다.
IBM의 경우 광물자원을 추적·인증하는 개방형 네트워크 구축을 실험하고 있다. 배터리 핵심 재료인 코발트 자원의 공급망이 그 시작이다. 코발트는 노트북, 모바일 기기, 전기자동차 등에 사용되는 리튬 이온 배터리의 원료다. IBM은 코발트를 넘어 흔히 분쟁 광물로 지칭되는 탄탈룸, 주석, 텅스텐, 금, 희토류 등으로 범위를 넓힐 예정이다.
IBM 관계자는 "IBM의 블록체인 기반 네트워크가 확산되면서 코발트 광산의 투명성을 강화하는 한편 이 업체들이 국제적으로 비준된 책임 규범을 준수하며 국제 시장에 원자재를 판매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것이 이번 프로젝트의 목표"라며 "향후 소비자가전에 사용되는 광물자원의 공급망 전반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는 선례로 만들어 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는 삼성SDS가 주도적으로 블록체인 기반의 해운·물류 네트워크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4월 삼성SDS는 부산광역시, 삼진어묵과 함께 블록체인 기술이 접목된 '유통 이력 관리 시스템'을 시범 도입했다. 해당 시스템에서 어묵 제품 포장지의 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찍으면 제품 원산지부터 제조사, 유통기간, 판매점 원산지 등 유통 과정 전체가 화면에 나타난다.
IT업계 관계자는 "모든 기술이 그렇듯 블록체인 역시 어떤 산업 분야에 최적화돼 있고 적용이 가능한지 불가능한지 따져보는 실험 단계지만, 광물자원 공급망이나 해운·물류 분야에서는 이미 그 효용성이 입증됐으며 본격적인 적용이 진행되고 있는 단계"라며 "일본 원전사고 이후 후쿠시마산 수산물에 대한 공포감이 조성되는 등 사회문화적으로도 더 안전한 물류 네트워크가 필요해진 시점"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