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6일(잠정) 암호화폐 시총 2위 이더리움이 7번째 하드포크를 앞두고 있다.
오랫동안 쓰지 않은 스마트폰 앱을 실행시키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단어가 있다. 업데이트다. 앱 개발자들은 서비스 환경을 개선하고 새로운 기능을 지원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업데이트를 진행한다.
블록체인도 마찬가지다.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취약점이 발견되거나, 혹은 더 나은 거래 환경을 위해 정기적인 시스템 업그레이드가 이뤄진다. 이를 '포크'라고 부른다. 포크는 다시 소프트포크와 하드포크로 나뉜다. 소프트포크는 기존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이뤄지는 간단한 업데이트를 말한다. 반면 하드포크는 아예 블록체인을 새롭게 만드는 '대대적인' 업그레이드를 가리킨다. 이 과정에서 기존 블록체인 '잔류파'와 새로운 블록체인을 지원하는 진영 간의 갈등이 발생하기도 한다. 주요 암호화폐의 하드포크를 앞두고 투자 시장이 출렁이는 이유다. 과거 비트코인에서 비트코인 캐시라는 새로운 암호화폐가 분리되어 나온 게 대표적인 사례다. 그리고 오는 16일(잠정) 암호화폐 시총 2위 이더리움이 7번째 하드포크를 앞두고 있다.
◆ 콘스탄티노플 목표 1: 'PoS로의 전환'
지난해 12월 8일 이더리움 개발팀은 708만 번째 블록에서 하드포크를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 10월 16일 '비잔티움' 하드포크에 이은 콘스탄티노플 하드포크다. 이더리움 블록체인의 현재 블록 생성 속도라면 1월 중순인 1월 16일 전후 하드포크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이더리움은 이번 하드포크를 통해 네트워크 운영 비용 절감을 절감하고 효율성을 제고한다는 방침이다. 동시에 시스템 처리 속도 향상과 확장성 확보를 위한 새로운 기술도 도입 작업에 착수한다. 특히 콘스탄티노플 하드포크는 이더리움 프로젝트의 로드맵 4단계 '세레니티'로 넘어가기 위한 마지막 단추라는 점에서 관심이 쏠린다. 이더리움 개발진은 세레니티를 마지막으로 프로젝트의 최종 목표인 이더리움 2.0을 실현한다는 방침이다.
이더리움의 발전 로드맵은 한마디로 "PoW(Proof of Work, 작업 증명)에서 PoS(Proof of Shake, 지분 증명)로의 합의 알고리즘 전환"으로 정리된다. 합의 알고리즘이란 블록체인을 어떤 방식으로 운영할 지에 대한 이용자들 간의 약속이다. 기존의 운영 방식을 완전히 대체할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하는 셈이다. 이더리움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은 여러 차례 공식적인 자리에서 현재 이더리움이 채택하고 있는 PoW의 한계를 지적해왔다. 지난해 한 미디어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비트코인이 도입한 작업 증명 시스템 PoW 방식은 엄청난 전기 에너지 소모, 중앙화 채굴 방식 등 문제가 두드러진다"며 "PoS로 전환하면 일정 수준 해당 문제를 개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인 지난달 26일에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나는 PoW를 믿지 않는다"며 작업증명방식 전환에 대한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이더리움은 PoS 전환의 일환으로 합의 알고리즘 '캐스퍼(Casper)'를 추진 중이다. 아직까지 이더리움의 PoW를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는 PoS 혹은 또 다른 형태의 합의 알고리즘이 없는 만큼 PoW와 PoS방식을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캐스퍼(캐스퍼 FFG)' 방식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즉 메인 블록체인은 PoW 방식을 유지하는 한편, 확장성 향상을 위해 도입한 보조 블록체인 격인 비콘체인(Beacon Chain)에 캐스퍼 합의 알고리즘을 탑재한다는 게 이더리움 측의 설명이다.
이더리움 측은 PoS로의 안정적인 전환을 위한 세부 사항인 EIP(Ethereum Improvement Proposal, 이더리움 개선 제안서로 개선 방안 제시 후 커뮤니티 합의를 통해 네트워크에 반영)를 지속적으로 공론화하고 있다. 이번 콘스탄티노플 하드포크에는 5가지 EIP가 반영될 예정이다. 이 중 'EIP 1234'에 ETH 네트워크 블록 채굴에 따른 보상을 3ETH에서 2ETH로 하향 조정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지금까지 이더리움 채굴업자들이 1개의 블록을 생산하고 3ETH를 보상받았다면 앞으로는 2ETH 밖에 벌지 못한다는 얘기다. 동시에 '난이도 폭탄(Difficulty Bomb)' 도입도 기존 정해진 시점보다 12개월 늦게 진행한다는 예정이다. 난이도 폭탄은 채굴 난도를 대폭 높이는 조치로, PoW 방식 내 채산성 악화 및 이에 따른 채굴자들의 PoS 전환을 유도하기 위해 개발 초기 도입된 코드다.
이 같은 강제적인 수익성 악화를 통해 채굴업자들의 POS로의 전환을 유도한다는 게 이더리움의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이더리움의 POS 전환이 피할 수 없는 대세라고 진단한다. 암호화폐 거래소 IX.com의 창업자 앨런(Allendms) "PoW 방식은 댑(DApp) 개발 목적의 퍼블릭 체인에 상당히 비효율적이다"며 "PoW는 비트코인(BTC)에만 적합한 방식이며 향후 BTC에만 적용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 콘스탄티노플 목표 2: '속도'
이더리움의 또 다른 목표는 절대적인 네트워크 속도 향상이다. 이더리움은 블록체인 업계의 안드로이드를 꿈꾼다. 전세계의 개발자들이 이더리움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다양한 응용 서비스를 만들고 운영할 수 있는 판을 깔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속도다.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시스템을 운영하는 탈중앙화 방식의 특성상, 속도면에서 기존의 스마트폰 앱 서비스에 크게 못 미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이더리움이 내놓은 해결책이 바로 샤딩(Sharding)이다. 샤딩이란 방대한 데이터를 다수 샤드로 분리해 저장하고 각각 따로 처리하는 방식이다. 기존 블록체인이 한 번에 한 명 참여자 거래 기록 혹은 기록 열람을 허용함으로써 성능 및 속도 둔화 문제가 심각했다면, 샤딩은 여러 개의 출입구를 개방, 한 번에 다수가 거래 내역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
이더리움에서 샤딩이 주목받는 이유는 트랜잭션 지연의 주요인인 스테이트를 여러 개로 분리해 관리, 거래 시간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스테이트란 모든 코인, 코드, 컨트랙트, 컨트랙트 내 코드 등을 파일처럼 모아 저장한 형태로, 트랜잭션 유효 여부 검증 및 트랜잭션 결과 결정 역할을 한다. 스테이트 용량이 크면 당연히 검증 시간이 지연될 수 밖에 없다. 이더리움 스테이트 용량은 100GB 이상으로, 기타 코인 대비 사이즈가 큰 편이다.
샤딩과 PoS와의 만남은 이더리움의 속도와 확장성을 개선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전망이다. 이더리움의 PoS 전환이 완료되면 1024개 샤드가 파이프처럼 형성되는데, 이는 거래를 처리하는 통로가 기존 1개에서 1024개로 증가한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이더리움 트랜잭션 속도도 기존 대비 약 1,000배 가까이 빨라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블록체인을 가볍게 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기존 PoW 방식은 진행된 거래들은 한 군데 모은 후 채굴업자들이 순서에 따라 하나씩 경쟁하며 처리해 나갔다. 그러나 PoS와 샤딩 기술이 적용되면 거래들을 병렬로 배치하고 유효한 결과만 도출해 블록에 기록할 수 있다. 블록 체인의 몸집이 한층 더 가벼워지는 것이다.
이와 관련 암호화폐 전문 미디어 체인디디(ChainDD)는 전문가 인터뷰를 인용, "이더리움이 추구하는 PoS 방식과 샤딩 기술간의 활용 의미는 단순 속도 향상이나 PoS 전환에 그치지 않는다"며 "블록 생성자 수를 늘리고 생성 블록을 효율적으로 분리·관리함으로써, '탈중앙화의 중앙화'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기존 PoS의 소수 마이너 권력 집중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전했다.
◆ 콘스탄티노플 이후 이더리움 시세 향방은
그렇다면 콘스탄티노플 하드포크는 이더리움 가격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역대 사례를 살펴 보면 하드포크 전후 가격은 일관성 있게 움직이지는 않았다.
실제로 암호화폐 전문 미디어 롱해시(LongHash)가 발표한 역대 이더리움 주요 하드포크 이전 10일 및 이후 20일 ETH 가격 변동을 살펴보면 공식 로드맵 이외의 하드포크(다오, EIP150, 스퓨리어스 드래곤)가 발생한 당일 ETH 가격 상승폭이 컸다. 하드포크 이후 가격 상승폭이 하드포크 이전에 비해 컸다.
반면 로드맵 포함 하드포크(홈스테드, 비잔티움)의 하드포크 당일 ETH 가격 상승폭은 하드포크 이전 확대된 후 하드포크 이후 뚜렷하게 감소했다. 전반적으로는 하드포크 이전 10일 가격 변동폭이 이후 10일 보다 전반적으로 컸다.
이와 관련 암호화폐 전문 미디어 롱해시(LongHash)는 "하드포크는 매번 상황이 다르고 데이터도제한적이기 때문에 참고 수준으로만 활용하는 게 바람직하다"면서도 "다만 일반적으로 하드포크 당일 가격 변동폭이 최고로 확대되고 이후 가격 조정이 일어나기 때문에 하드포크 10일 이후 매수는 피하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한편 하드포크 기대감을 반영하듯 최근 이더리움은 가격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더리움은 지난해 1월 13일 1,424.3 달러 최고가를 기록한 이후 같은 해 12월 15일 83.17달러까지 하락했다. 그리고 12월 17일부터 반등세를 기록, 7일까지 약 93.02% 상승했다. 올해 첫 거래일인 1월 1일에는 리플(XRP)에 업계 2위(코인마켓캡 시총 기준)를 내준 지 45일 만에 재탈환했다.
-코인니스 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