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부터 고액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대출 문턱이 높아진다. 최근 ‘영끌’, ‘빚투’ 양상에 가계부채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자 건전성 관리에 나서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최근 급증한 신용대출이 전세대란에서 기인했다는 점에서 미봉책에 불과할 수 있다는 비판이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이날부터 1억원 넘게 신용대출을 받고 서울 등 규제지역에서 집을 구매하는 차주는 2개월 안에 대출금을 갚아야 한다. 연 소득이 8000만원이 넘는 고소득 차주는 1억원 초과 대출을 받을 때 최대 40%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적용받는다.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등 모든 대출을 합친 연간 원리금 상환 금액이 연봉의 40%를 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경기불황 양상이 이어지는 와중 금융지원정책으로 풀린 시중 유동성이 자산버블 현상을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되면서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또한 지난 26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완화적 통화정책이 이뤄진 데다 정부가 적극적인 재정 확장 정책을 펼쳤다는 측면에서 가계부채 증가는 일부 불가피했다”면서도 “국내 가계부채는 이미 높은 수준에 와있으므로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점에 대해서는 금융당국이 경각심을 갖고 정책을 운용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올해 3분기 가계신용(1682조1000억원)은 지난 6월 말과 비교해 44조9000억원 늘어났다. 이는 박근혜 정권이 ‘부동산경기 살리기’에 나선 2016년 4분기(46조1000억원) 이후 최대규모다. 개중 가계대출 잔액(1585조5000억원)은 예금은행(26조원) 등 모든 업권별로 늘며 39조5000억원 증가했다. 특히 신용대출 규제가 발표된 13일 이후 26일까지 5개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 신용대출은 지난 10월(2조4563억원) 증가총액과 유사한 수준인 2조1928억원 늘었다. 마이너스 통장 개설 규모도 일평균 기준 규제 발표 전날인 12일 1931건에서 13일 2774건으로 훌쩍 뛰었다. 반면 평균 마통 소진율은 30% 후반대로 집계됐다. 대체로 ‘미리 받아두자’는 가(假)수요에 기인했다는 의미다.
다만 ‘집값’이 잡히지 않는 한 대출수요는 꾸준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저축은행?카드사 등 2금융권에 적용되는 DSR 상한선은 60%다. 이미 지난 3분기 말 저축은행 가계대출 잔액(29조5913억원)은 전기대비 1조8267억원 늘며 2003년 1분기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지난 10월 7개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카드) 카드론 평균금리는 13.24%로 전월대비 0.37%p 낮아졌다. 은행권 대출 규제로 고신용 차주들이 유입된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카드사를 비롯 증권사?보험사 등 비은행권 대출이 활기를 띠고 있다. 잇따른 규제에도 불구하고 대출 수요의 원인인 집값이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부모가 건물, 토지를 증여해 자녀의 담보 대출을 돕는 방식 등 규제의 허점을 파고드는 꼼수가 나타나기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